지터버그라는 춤이 있다. jitterbug. 우리말로는 지루박이라고 한다. 아줌마와 아저씨들이 춤바람이 날 때 추는 춤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퀵 퀵 슬로우"를 제비 아저씨가 연신 중얼거리는 모습이 여러분들의 눈에도 선할 것이다. 2차 대전 당시 미국의 병사들이 주로 추면서 전세계에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한국 전쟁 당시 양공주들과 미군이 지터버그를 추는 걸 보고 한국 사람들이 차츰 이 춤에 매료되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에 알려지기로는 매우 끈적끈적하고 느릿느릿한 춤 같은 느낌이 있지만, 유투브 동영상을 보면 지터버그는 쾌활하고 경쾌한 춤이다. 작은 공간에서도 빠른 음악에 맞추어 추기 위해서 [린디홉]을 변형한 춤이라고 한다.
이 무 같기도 하고 당근 같기도 한 채소가 바로 비트(beet)다. 별로 맛은 없어 보인다. 이러니까 외국 애들이 채식주의자들을 이상하게 보는 것 같다.
비트와 지터버그. 당신은 [지터버그 향수]를 읽기 전에 이 두가지를 알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알기 싫다면? 어쩔 수 없다. 아나 모르나 여전히 [지터버그 향수]는 유쾌하다. 그리고 뜬금없다.
[지터버그 향수]는 기본적으론 향수에 관한 얘기다. 그리고 불멸에 관한 얘기이기도 하고, 사랑과 섹스와 히피들이 좋아할만한 티벳 근처의 신비주의까지 가미된 소설이다. 그리고 비트. 갑자기 비트가 여기저기에, 정말로 갑작스럽게 제시된다. 쿵. 쿵. 떨어진다. 천재 웨이트리스 [프리실라]는 아침에 이상한 소리가 나서 방문을 연다. 방문 앞에는 이상하게 생긴 채소가 놓여 있다. 이 채소는 냄새가 아주 지독하다. 그건 비트다. 누가 이걸 여기다 갖다 놨지? 대체 누구야? 라는 의문이 들기도 전에 이야기는 갑자기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에서 기독교가 막 공인되었을 때에 일어난 일이다. 기독교를 믿지 않는 선량한 이교도들의 나라에 [알로바]라는 왕이 살고 있었다. [알로바]는 칼로 사람을 베기보다는 현명한 판단력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왕이었다. 하지만 왕에게도 한가지 근심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죽음이었다. 그의 나라에는 왕에게 흰머리가 생기거나 밤일을 제대로 못하면 처형하고 새로 왕을 모시는 풍습이 있었다. [알로바]는 자신의 머리카락에서 흰색을 발견하고 말았던 것이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면 죽음을 피할 수 있을까. 문제를 채 해결하기도 전에 이야기는 또 다시 현대로 움직인다.
프랑스의 천재적인 향수 제조업자인 [마르셀]이 막 자신이 완성한 향수를 [전체주의적인 향기]가 난다는 이유에서 폐기하기로 한다. 그 향수를 만드는 일에 무려 수백만 프랑이 들었는데도! 뉴올리언스에서 자그마한 향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드발리에 부인]과 그녀의 매력적인 흑인 조수 [블뤼]는 재스민에 어울리는 바탕향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완벽한 타코란 무엇인가. 재스민에 어울리는 바탕향은 어떤 것일까. 인간은 어째서 영생할 수 없는가. 공룡을 죽인 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비트는 왜 나오는 거야? 지터버그는 또 뭐고? 이 의문들과 시대와 인물들이 하나로 엮이는 소설이 [지터버그 향수]다. 그것도 아주 멋지게. 섹시하게.
다음의 묘사를 보라.
"그 도시의 탑들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곧이어 그녀 입의 강력한 흡인력에 지구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적도는 부풀어오르고 양극은 무섭게 고동쳤다. 지구는 그 축에 매달린 채 한두 번 심하게 요동하더니 폭발했다. 마침내 빅뱅이론은 입증되었다. 그녀는 여전히 그의 물건을 놔두지 않고 블랙홀처럼 모든 물방울과 입자를 빨아들였다. 그녀가 한 남자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 건 그게 처음이었다. 그녀는 격렬한 발작이 완전히 가라앉고 우주가 평화를 되찾은 뒤에야 비로소 그의 물건을 놔줬다. 그리고 입술이 은하수처럼 번들거리는 상태에서 그녀가 고개를 쳐든 순간, 그 앞에 서 있는 제삼의 인물의 두 발이 눈에 띄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미 눈치챘겠지만 이것은 펠라치오의 묘사다. 이토록 아름답게 펠라치오를 묘사한 소설을 나는 지금껏 본 적이 없다. 대담하다. 격정적이다. 이런 말로는 탐 로빈슨의 묘사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유쾌하고 환상적이다. 정말로!
소설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상대의 몸을 탐색하고 갈구한다. 그것이 1000살을 먹은 할아버지든 아니면 바로 옆에서 일하고 있는 레즈비언 바텐더든 간에 말이다. 작가는 그것이 영생으로 이어지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오래 살고 싶은가. 작가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나는 영원히 살고 싶다. 인간으로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는 생각은 단지 나쁜 습관에 불과하다. 그가 제시하는 영생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온수 목욕, 적절한 호흡법, 채식과 소식(특히 비트), 그리고 섹스. 섹스는 인간의 몸을 젊게 유지하며 DNA가 노화 작용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속이는 수단이다. 농담 같은가. 아니다. 직접 실천하고 얘기는 나중에 나누어 보도록 하자. 이런 식이다.
[지터버그 향수]는 완벽한 향수인 K23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자들이 이야기이기도 하다. 향수라고 하면 아마 여러분들의 머릿속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향수]의 살인자 [그루누이]가 만든 완벽한 향수가 불러온 결과를 기억하는가. 그것은 집단 성교였다. 향수는 꽃으로 만든다. 꽃은 곤충을 유혹하기 위한 성적인 유혹 매개체이다. 꽃이 뿜어내는 향기는 이리 와서 나와 함께 놀자는 얘기다. 향수의 함의는 때문에 섹스와 직결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에서 집단 성교가 일어난 것은, 하층민들의 가슴에 아주 따스한 것 - 사랑이 피어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점에서 탐 로빈슨과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통찰은 완벽하게 일치한다.
향수는 사랑이다. 그리고 사랑은 불멸이다. 작가는 이른바 히피 세대라고 불리는, [뉴에이지] 시대의 적자라고 한다. 불교에 심취하고 마리화나를 피우며 프리 섹스를 주창한 자들 말이다. 우드스탁에서 밤을 지새운 사람들. 캘리포니아에 가출 소년 소녀를 불러들인 사람들. 작가는 천연덕스럽게 사람은 본래 영생을 할 수 있도록 태어났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생을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하라고 권한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라고는 비트와 향수.
1000년의 세월을 지나오면서 이야기는 인도로, 티벳으로, 아인슈타인이 머물렀던 프린스턴으로 이어진다. 사랑은 시간이 흘러도 결코 날아가지 않는 유일한 향수다. 마치 비트의 지독한 냄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