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 70, 최호
클럽은 아직도 불법이다.
고고 70은 세상의 모든 즐거움이 퇴폐라는 낙인 아래 스러졌던 70년대를 다루고 있다. 당시 로큰롤은 악마의 음악이었고, 북괴들을 이롭게 하는 저질 문화였다. 젊은이들은 통행 금지 사이렌과 함께 아름다운 밤들을 고스란히 정부에 갖다 바쳐야 했다. 우리에게 있는 건 오직 젊은 혈기 뿐! 이 젊음을 어디에서 불살라야 할지 몰랐던 젊은이들은 클럽에서 춤을 추는 대신, 보도 블럭을 뜯어내고 화염병을 던졌다. 그러나 이제와서 얘기지만, 사실 대정부 시위란 일종의 놀이였다. 돈많은 대학생 새끼들의 놀이. 대학도 못 갔고, 집에 돈도 없고, 하루를 공장에서 보내던 우리들의 공순이, 공돌이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대학생들은 광화문 네거리에서 마음껏 박통 욕이라도 했지만, 그럴 만한 배짱도 머리도 없는 젊은이들은 어찌 해야 하는가 말이다.
젊음.
쾌락.
놀이.
"야, 니들 놀고 싶지!"
"씨발, 그걸 말이라고 하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2008년 현재 홍대 및 강남에 위치한 댄스클럽, 가게 안에서 술을 팔고 무대에 밴드를 세우는 모든 라이브 클럽은 현행법상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 양현석의 NB, M2, 강남 앤써, 사운드 홀릭, 에반스 - 젊은이들이 모여 원나잇을 하는 곳이든 아니면 인디 밴드들이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는 곳이든 모두 불법이다. 단지 술을 판다는 이유만으로.
2005년 당시 이명박 서울 시장은 [카우치 성기 노출 사건]을 계기로 "홍대 클럽 앞 '퇴폐 공연 블랙 리스트 작성'을" 지시 한적이 있다. 그러자 엄청난 논란이 있었고, (물론 찻잔 속의 태풍이었지만), [오 브라더스]가 이명박 시장을 공연에 초청해서 사건은 유야무야되었다.
(http://www.hani.co.kr/kisa/section-002001000/2005/09/002001000200509151255274.html)
우리 나라 대통령님이 이토록 훌륭한 분이시다.
아직도 어떤 사람들은 70년대에 살고 있다. 최근에도 홍대의 대형 댄스 클럽 사장이 수천만원의 벌금을 물고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의 법 집행은 정당하다. 홍대 클럽은 불법이 맞다. 홍대 클럽들은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으면서도 세금은 일반 음식점만큼 밖에 안 낸다. 나이트 클럽 사장들이 배 아파 할만하다. 그러나 아직 홍대 클럽의 영업 형태를 규정하는 법은 제정되지 않았다. 홍대 클럽은 유흥업일 수가 없다. 만약 유흥업으로 분류되면 엄청난 세금을 물게 되는데, M2나 NB처럼 장사 잘 되는 댄스 클럽이야 괜찮겠지만, 에반스나 사운드 홀릭 같은 소규모 라이브 클럽은 바로 망하고 말 것이다. 사실 그들에게는 세금을 물릴 수익도 별로 없다. 유흥업으로 신고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일반 음식점으로 신고해야 하는데, 일반 음식점에서 춤을 출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고, 공연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공연장에서 술을 파는 건 불법이다. 현행법은 클럽 같은 영업 형태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진퇴양난이다. 대한민국은 고고 70에서 그리고 있는 박통 시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영화에서 상규와 만식은 클럽 닐바나에 가득 찬 사람들을 향해 외친다. 우리 한 번 놀아보자고, 이 밤 미친듯이 즐겨보자고, 긴급조치는 뭐고 베트남전은 또 뭐야, 빌어먹을, 질러 부러! 이 영화의 주인공은 물론 데블스라는 [소울 그룹 사운드]다. 그들이 성장하고 또 패배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결국 우리 모두가 아니겠는가. 즐겁게 노래부르고 춤을 출 수 있는 우리 모두가 아니겠는가.
슬픈 것은, 70년대의 문화 탄압이 결코 정부 독단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말도 안되는 이유를 붙여 가요를 금지하고, 클럽을 폐쇄하고, 밴드들을 잡아들인 건, 물론 박통의 짓이다. 하지만 국민들 중 일부는 분명히 박통을 지지했고, 요즘 젊은 것들이 머리 기르고 다니는 걸 고깝게 생각하고, 밤마다 클럽에서 춤을 추고 서로 키스하고 몸을 부비고 모텔에서 워나잇 하는 것을 더럽고 퇴폐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지금도 그렇다.
아닌 것 같은가? 지금 홍대 클럽에선 수많은 젊은이들이 오늘 하루 누구와 한 번 자볼까, 여자 엉덩이라도 붙잡아볼까, 남자 품에 안겨볼까, 라는 생각에 두리번거리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정말로 낯 모르는 남자와 여자와 잠을 자기도 한다.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껴안고 춤을 추기도 한다. 역겹다고 생각하나? 문란하다고 생각하나? 더럽다고 생각하나? 퇴폐적이라고 생각하나? 홍대 클럽은 당신을 두렵게 하는가?
니가 뭔데?
니가 뭔데 사람들이 서로 껴안고 섹스하고 춤을 추고 노래 부르고 술 마시는 걸 상관하는데?
대체 니가 뭔데 다른 사람들 인생을 규정하는데?
제발 좀 가만 놔둬라. 니 대가리로 판단하고 니 대가리로 생각해서 사람들한테 낙인 찍지 말고. 고고 70에서 주인공들의 머리는 자르는 형사, 줄빳다를 내리치는 검사 - 그건 결국 니들 마음 속에도 있는 거야. 니들 마음 속에 저 새끼들은 날라리니까, 저 새끼들은 난잡하니까, 억압해야 해, 단속해야 해, 홍대 거기 외국인들하고 미친 년들하고 빠구리 뜨는 곳 아냐? 홍대 가면 아무나하고 자는 년놈들이 많다며? 하나님은 뭐하나 몰라 그런 새끼들 지옥으로 안 보내시고?
니들 대가리엔 이런 생각밖에 없지? 그렇잖아. 솔직히 고백하라고.
박정희는 문화를 탄압한 것이 아니다. 데블스는, 조승우, 신민아, 차승우는 정부에 대항한 게 아니다. 영화에는 정치적 색채가 없다. 그들은 만인을 위해 만인에게 투쟁한 것이다. 로큰롤로. 혈기로.
로큰롤은 오늘밤 안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미치도록 춤을 추고, 정신나갈 정도로 몸을 흔들어라, 가슴과 엉덩이를, 머리와 이성을, 목청과 심장을, 이 빌어먹을 세상과 젊고 늙은 꼰대 새끼들한테
주먹을 날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