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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산의 서평 도용 사건

나나나나1234 2008. 12. 28. 22:31

http://tale.egloos.com/4792829

 

  크로이츠라는 라이트노벨 블로깅을 하는 사람의 하소연 내지 고발이다. 학산 측에서 크로이츠씨가 블로그에 올린 서평을 무단으로 베껴서 자신들의 홍보용 서평에 썼다는 것이다. 나는 이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뭐 흔히 있는 일이겠거니 했다. 실제로 출판사 보도 자료 쓸 때 블로그를 참조한다는 건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출판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영화사에서도 그렇다. 이와 같은 경향은 대학 다닐 때 레포트 쓰는 걸 인터넷에서 베끼는 것과 착각하는 요즘 세대의 도덕성 상실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 다닐 때 그렇게 해서 점수 받고 졸업하니까, 사회 나와서도 똑같이 해도 될 줄 알았나 본데, 정말 엄청난 착각이다.

 

  게다가 이 크로이츠란 사람은 학산의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NT 노벨 - 즉 대원씨아이에 출판 검토용 리뷰를 정식으로 원고료까지 주고 써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중간에 학산에서 레이블 설립할 때 도와달라고 컨택을 해왔고, NT와의 관계를 고려한 크로이츠씨는 망설였기에 결국 흐지부지되었다는 것이다. 즉, 학산 측에서는 크로이츠란 사람의 리뷰가 상업적으로 의미가 있는 수준이라고 일부 인정했다는 것이다. 결국 블로그를 보고 컨택을 해왔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서평의 상업성이란 서평 자체의 환금성 말고도 '작품 선정, 기획력'을 말한다.)

 

  이건 상도의에 저촉되는 문제가 아닐까. 물론 보도 자료 담당자의 개인적인 실수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산이란 회사의 이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학산의 보도 자료에 크로이츠씨의 서평이 도용되었다면, 이미 이건 학산의 범죄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군다나 원고료까지 주고 받는 수준의 서평을 베꼈다? 그것도 경쟁 업체와 관련된 사람의 서평을? 어허, 이거 정말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이글루스에서 지금껏 자기 감상글을 도용당했다고 징징댄 병신들이 몇 명 있다. 대부분 자기 글이 뭐 대단한 거라도 되는 걸로 착각하는 병신들이었다. 자기가 블로그에 배설 좀 했다고 해서 자신의 글이 '도용'씩이나 하고 '저작권'이나 따질 정도로 위대한 문학 작품이 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서평자 스스로가 자신의 글을 출판사에 판매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실증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 것이다. 경우가 다르다.

 

  학산은 이번에 잘못 건드렸다. 크로이츠란 사람은 메이저 블로거인데다가, 장르계에서는 블로그나 인터넷의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번에 서평 베낀 사람은 윗사람한테 엄청 깨지거나, 입지가 불안정한 사람이라면 짤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자신이 스스로 그만 두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즉, 이 일은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직장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이다. 겨우 인터넷에 올라온 글 좀 베끼는 게 어떤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큰 암초를 만들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은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크로이츠씨도 이런 문제를 공론화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랬기에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알고 보니 서평을 베낀 것이 한 두번이 아니라는 것이니, 이 정도까지 상황이 진행되면, 이미 학산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업계 전체의 상도의 문제가 된다. 인터넷 시대가 되고 보니 이런 일이 다 있게 된다. 만약 과거라면 아무리 출판사에 검토용 리뷰를 제공했다 하더라도, 다른 출판사에서 그것을 입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공개적으로 서평자가 올린 것이다. 어허, 이건 결국 베낀 사람이 잘못이긴 한데, 인터넷 시대에 맞는 윤리를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우리 세대,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윗 세대의 과오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인터넷을 통했든 어쨌든 표절이 어떤 세대를 막론하고 성행하고 있다. 기본적인 기준 상실의 문제. 이번 사건에는 이 문제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으흠, 글이 잘 안 써지네. 아무튼 조심들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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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라 쓰고 보니 이 글은 잘못됐다. 학산이 이런 잘못 한다고 해서 판매 부수가 떨어질 리는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