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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지만 지지 않았습니다

나나나나1234 2009. 3. 24. 20:49

  사람들은 진실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싸구려 영화에서 악당들이 자주 읊조리는 대사다.

 

  아무래도 그건 사실 같다.

 

  오늘 뉴스를 보는데, 분명히 야구에서 졌는데도 우리가 졌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경기에서는 졌지만 스포츠맨십에서는 이겼다느니, 우리는 열심히 했으니까 졌다고 해도 진 게 아니라느니. 그 전까지는 아무 말도 없다가 wbc라는 경기 자체가 상업적인 의도를 가진 공신력 없는 대회라는 얘기에서부터, 우리가 지면 매번 나오는 심판이 불공정했다는 얘기까지. 마지막에 사인이 안 맞았고, 대회의 대진 규칙이 이상하고. 정말 한국 팀이 결승까지 올라왔다는 것이 믿기질 않는다. 뉴스만 보고 있으면.

 

  구질구질하지 않은가.

 

  진실이라는 것은. 패배라는 것은 모두가 싫어하는 것이다. 때문에 뉴스에서조차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졌다. 스포츠에서의 승패란 개인의 능력만이 아니라 심판, 국력, 그날의 날씨, 대회의 성격, 운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다. 본래 순수한 의미에서의 승리나 패배란 존재하지 않는다. 승리하는 경기에는 그만한 부가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이고 패배하는 경기도 마찬가지다. 승리하는 팀이 반드시 야구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패배하는 팀이 반드시 야구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이 지금까지 거둔 승리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한국은 객관적으로 보아서 다른 나라보다 뒤쳐지는 야구 실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의 야구 프로팀이나 메이저리거 선수 수, 야구 역사, 야구 구장, 지금까지의 국제 대회 전적, 개인 선수의 실력 등 - 무엇을 봐도 뒤쳐진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긴 것은, 그것이 이변이고, 무언가 상례를 벗어난 일이기에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했던 것이 아닌가.

 

  승리나 패배에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아무리 심판 탓을 하고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패배는 패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진실을 싫어하는 것이다. 나도 그런 종류의 진실은 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