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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뇨, 로베르토 볼라뇨

나나나나1234 2010. 3. 6. 21:48

열린책들에서 666원짜리 책을 냈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도 행복한 책읽기에서였나 아니면 날개라는 이름을 가진 블로거의 글에서였나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튼 어디선가 열린책들에서 666원짜리 책을 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책은 로베르토 볼라뇨라는 낯선 이름을 가진 칠레 작가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로베르토 볼라뇨는 칠레에서 태어나 정규 학습 과정을 거의 거친 적이 없다.

 

그는 어렸을 때 학교를 그만 두고 책을 훔치며 '모든 것을 책에서 배웠'다. 칠레에 피노체트 독재 정권이 수립된 이후, 그는 억양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외국인으로 의심을 받아 감옥에 갇힌다. 감옥에서 간수가 된 어릴적 친구를 만나 겨우 풀려나고, 그는 방랑을 시작한다. 거지 같은 일을 하면서 연명한 그는 시인이 되고자 노력한다.

 

2류 시인이었던 볼라뇨는 한 도시에 정착하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시 대신 산문을 써서 생계를 꾸려나간다. 지방 문학상에 응모해서 상금으로 먹고 살려고 한 것이다. 그것이 그의 나이 37세.

 

40살이 넘어서야 비로소 전업 작가 - 글을 써서 오로지 그 수입으로만 먹고 살게 된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선가 자신에게 치명적인 간 질병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볼라뇨. 그는 이 병이 결국 자신을 죽이게 될 것을 예감한다. 실제로 볼라뇨는 간부전으로 죽는다. 그는 이 사실을 세상에 숨긴채 미친듯한 속도로 글을 써낸다. 볼라뇨의 대표작인 [야만스러운 탐정들]이 유명한 문학상을 타게 된 것이 그의 나이 46세의 일.

 

이때 이미 그의 병은 위중해져 있었다.

 

볼라뇨는 50세의 나이로 사망하기 전까지 자신의 유작이자 대작인 [2666]이란 소설에 매진했는데, 이 소설은 1천 페이지가 넘는다고 한다. 본래는 5년에 걸쳐서 내려고 했는데, 작가가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죽는 바람에 저작권 대리인이 책으로 엮어서 한번에 냈다. 볼라뇨가 죽은 후 미국에 볼라뇨 붐이 일어난다.

 

[2666]은 온갖 유력 일간지로부터 2009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다. 엄청 팔린 모양이다. 죽은 후에야 볼라뇨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되었다. 그래서 카프카와 비견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 책은 볼라뇨의 전집을 발간하기로 결심한 열린책들에서 나온 일종의 광고다. 광고는 광고인데 책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내용은 볼라뇨의 생애에 대한 글, 책에 대한 리뷰, 연보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내용이 서로 겹치기 때문에, 줄거리 소개라거나, 볼라뇨에 대한 일화, 생애에 대한 설명 같은 것들이 겹치기 때문에 약간 지겨운 책이다.

 

책 내용의 대부분이 볼라뇨에 대한 찬양인 것도 좀 걸린다. 비판이 전혀 없는 것은 내가 읽고 있는 것이 결국 광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신시켜 준다. 아무리 위대한 책이라도 실제로 읽어보면 별로인 경우가 허다하다. 볼라뇨의 책은 특히나 굉장히 지루할 것만 같다.

 

줄거리 소개를 보면, 화자가 40명이라느니, 무슨 삼국지도 아닌데 등장인물이 수백명이라느니, 30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이야기를 2개의 단편으로 나누었다느니, 부마다 시간대가 다르게 진행된다느니, 아주 난해한 소설일 것 같은 분위기를 심하게 풍긴다.

 

줄거리 요약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책인 것 같다. 사람마다 같은 책을 본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줄거리 요약하는 방식이 다르다. 대개 줄거리 요약은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줄거리를 굉장히 꼬아놓은 난해한 소설인 경우에는 아예 줄거리 요약이 안되기에 리뷰어가 자기 혼자 소설을 쓴다. 

 

하지만 가격이 666원이기에, 인터넷 서점에서 다른 책 살 때 끼워서 사면 좋을 책이다. 앞부분만 대충 읽어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볼라뇨의 책, 앞으로 한 권 정도는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