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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라 영웅들이여

 이인화씨가 쓴 [바츠 해방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 사실 좀 낯이

뜨거워진다. 이인화씨는 리니지 상에서 일어난 해프닝을 두고 새로운 서사

양식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현실보다 영화보다 소설보다 더욱 재미있는

이 서사에 빠져서 돌아오지 못하는 폐인들에게 외친다. 돌아오라고. 영웅

들이여, 귀환하라고.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인화씨가 리니지 폐인이라는

암시 말고는 그리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는 못하는 것 같다. (에반게리온

세대에게 이런 메시지는 우습다.)

 

 이인화씨가 온라인 게임에서 벌어지는 서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것은

한국 주류 문화계에서는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하지만 울티마에서 와우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면 이런 시각은 이미 어느 정도 진부해진 감이 있다.

결국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리니지에서 벌어진 일은 게임 자체의 서사가

너무 부족한 나머지 유저들이 컨텐츠를 생산해낸 경우다. 이건 리니지의

내실 없음과 과다한 중독성이 만나 이루어진 음험한 상승작용이다. 물론

거기에 이인화씨의 글솜씨가 더해졌다.

 

 [바츠 해방 전쟁] 같은 것을 기획한다거나 혹은 그런 사건이 일어날만한

기반 작업을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런 사건은 어디까지나 우연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리니지라는 게임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논리와 환경이

자라났고, 그건 리니지 덕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스타크래프트로

인해 e스포츠라는 장르가 생겼지만, 처음부터 스타크래프트에 그런 요소가

내재되어 있었던 건 아니다. 블리자드로서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부가

작용이었다.

 

 온라인 게임 내에서 새로운 서사가 펼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딱히

온라인이기 때문이고, 게임이기 때문은 아니다. 사람은 어디서나 자신의

얘기를 만들어내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소설이나 만화, 연극, 영화

같은 우리가 오랜 세월 동안 향유했던 문화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플랫폼의 차이로 생긴 위화감을 과대 포장하는 실수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