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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판원 이야기

여기 외판원이 있다. 외판원은 무엇을 팔아도 좋다. 그는 친구와 가족과
지인과 친척에게, 동기와 동네 사람과 옆집 사람에게 물건을 팔았다.
이제 더이상 찾아갈 친구도 전화를 받아줄 친척도 없다. 그는 거리로
나선다. 초인종을 누른다.

조선일보입니다.

됐습니다.

조선일보입니다.

안봐요.

조선일보입니다.

부모님 안 계신데요.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가 아니라도 좋다. 조선일보를 미워해도 좋다. 하지만 나는
초인종을 누르는 손길과 인터폰 화면으로 보이는 얼굴과 수화기를
통해 들리는 목소리를 떠올린다.

우린 언제나 낯 모르는 이의 친절을 믿으며 살고 있다.

나는 그런 믿음을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