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티는 가끔 등장인물의 이름 같은 사소한 부분에서 실수를 종종
저지르곤 한다. 아무래도 드라마를 꾸준히 보지 않고 그때그때 다운 받아서
보다 보니 생기는 실수 같다. 인터넷 검색과 다운이면 기본 필력만으로도
얼마든지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 이런 시대에 과연 평론이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건 진실성이라든지 진정성 같은 구닥다리 담론을 거듭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가 소위 평론이란 것에 기대하는 기대치란 것은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이다. 현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정리된 흐름을 엿보려는 것이
평론의 의미라고 나는 생각한다. 평론이 이러한 정체성을 상실했을 때,
특히 대중문화에 대한 평론이 정보의 취합과 정리란, 네이버 검색 알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것은 대체 참고서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대중문화란 양이 방대할 뿐만 아니라 층위 또한 광범위하다. 그러나 해석의
여지는 의외로 치졸한 경우가 많다.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문학적, 정치적인 -
기존에 존재하는 시각으로는 대중문화를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 때문에
나온 것이 내부적인 논리, 대중문화의 내적 역사를 구성하려는 시도이다.
이번에 매거진 티에서 리뷰한 개그콘서트 기사가 가장 좋은 예이다. 개그콘서트가
유머1번지류의 고전적 코미디 프로를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코미디 프로의
계보도를 그리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그런 시도는 너무도 힘겨운 노력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기사의 내용은 엉뚱한 패션을 흠으로 잡아서 캐릭터 분석을 하거나
작가의 과거 경력을 들먹이며 바이오그래피 나열로 가기도 한다.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흔히 서사 분석을 하거나 알레고리를 읽어내려 하는데, 대중 문화란
본래 그런 식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중 문화에는 의도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나 피디의 의도란 그저 시청률 지상주의나 자신의 밥벌이에
경도되거나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기 마련이다. 이건 정치적이거나 구조적인
해석이 아니다. 현실을 적시하는 서술이다.
순수와 대중을 가르는 기준은 사실 간단하다. 순수 예술을 하는 사람은 그걸로
먹고 살지 않지만, 대중 예술을 하는 사람은 그걸로 먹고 산다. (여담이지만
한국에 자타칭 순수 문학가가 많은 이유는 책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매거진 티가 다루는 영역은 자기가 만드는 결과물로 먹고 사는 사람
들의 이야기다. 때문에 여기에 과도한 의도 분석을 하게 되면 오류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독자가 매거진 티에게 바라는 것은 간단하다. 왜 등장인물의 이름을 틀리는 건가.
그들은 그저 자기들이 좋아하는 드라마 주인공 이름이 잘 나왔나, 사진은 잘
나왔나가 궁금할 뿐이다. 그런데 정작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는 그런 사소한 것보다는
좀 더 거대한 담론이 가슴을 뛰게 한다. 이 괴리가 매거진 티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중 문화를 다루지만 정작 그 향유층이나 향유 방식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대중 문화를 엘리트의 방식으로 관점으로 다루려는 것이 바로
매거진 티의 실체이다. 이는 아마도 대중 문화에 대해 써서 먹고 사는 모든
글쟁이들의 실체인지도 모르겠다.
이 빌어먹을 밥벌이에 매몰된 몽상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