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송유근과 STS

 오늘 티비를 보다가 우주선 발사를 기념하기 위한 퀴즈쇼를 봤다. 전국 과학

영재들을 모아 대결을 시킨 후에 소년 천재인 송유근과 함께 문제를 푸는

형식이었다. 송유근의 나이는 겨우 11세이지만 인하대 3학년에 재학중이다.

송유근이 요즘 인탱글먼트 - 이게 뭘까? - 를 연구하고 있다는데, 과연 그가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물론 송유근은 성인이 되어 뛰어난 지적 능력을

발휘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의 지적 능력과 과학적 업적 사이에는 절대적인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STS는 과학사를 사회학적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학문이다. STS의 관점으로

보면 현대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연구비다. 원자 폭탄 연구 이후 과학은

거대한 시설과 자본, 인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으로 변모했다. 더이상 뛰어난

과학자 한 명이 실험실에 틀어박혀서 연구를 해서 결과를 내는 시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연구 과제는 거대 자본에 의해 결정되며 이를 추진하는 과학자군은

철저히 사회적 관계망 - 인맥, 학맥 - 에 의해 규정된다. 이를테면 황우석이

주목을 받은 것은, 그가 뛰어난 과학자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를 둘러싼

엄청난 연구 자금의 흐름과 수많은 연구자와 시설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이상 아인슈타인은 없다. 아인슈타인과 뉴턴으로 상징되는 고전적인 물리학은

수많은 과학자군에 의해 성립된 양자역학의 거대 시설 과학으로 대체되었다.

우주의 비밀은 개인의 지적 능력만으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국가적, 자본적, 환경적 배경이 있어야 한다. 송유근에 대한 관심이

단지 가십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전차에 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