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을 누른다. 아이디를 적고 패스워드를 채워넣는다. 로그인 메시지가 뜨기 무섭게 글쓰기를 누르고, 에디터가 떠오른다. 화면 가득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백지 앞아서 음악을 듣는다. 오지은의 당신이 필요해요.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는 생물이라고도 한다. 가끔 tv에는 오랜 시간동안 홀로 살아온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은 신기한 괴물이라서 모두가 몰려와 종이를 던지고 사진을 찍고 인터넷에 올려 돌려봐야 한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홀로 사는 사람은 위험하거나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정말로 그런지도 모른다. 충분한 돈과 적당한 취미, 균형잡힌 인격과 굳건한 의지, 명확한 목표와 분명한 가치관. 이 정도만 있으면 누구라도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이 세상에는 밤마다 총을 들고 식량을 빼앗으려 드는 무법자도, 세금을 걷겠다면서 초야권을 요구하는 영주도, 신앙과 권력 의지를 구분하지 못해서 매일밤 늙은 여자들을 불태우는 신부도 없기 때문이다. 무법자들은 모두 노숙자가 되어 지하철의 문을 두드린다. 영주들은 웃는 얼굴로 노예들에게 표를 구걸한다. 신부는 연예인이 되어 돈과 인기를 거머쥔다.
이런 시대에 있어 힘이란 단지 애정의 다른 말이고, 돈이란 모든 것을 뜻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은 애정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돈이 충분해서일까. 사랑은 흔히 돈의 반대로 지목되곤 한다. 하지만 사랑도 돈이 없이는 성립될 수 없고, 돈에 대한 사랑 없이는 부자가 될 수 없는 세상이 아니던가. 꽃은 진흙에서 피어나듯 돈에서도 피어나기 마련이다. 부자들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냉혹하다고 비난하지 말도록 하자.
모든 것이 어리석고 절망적인 기분만 계속되는 나날이 이어지는 것 같은 그런 하루가 오늘도 그래 오늘도 머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