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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문제가 있는 글이지만, 가장 낮은 차원에서부터 이야기를 전개하자면,
2가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1. 무엇이 한국적인 것인가?
2. 한국 사람이 라이트 노벨을 쓸 때 한국적 정서가 들어가지 않을 수 있는가?
전통적인 것만이 한국적인 것은 아니다. 때문에 판소리나 국악 같은 오래된 예술 장르가 한국적일 수 있다면,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텔 미'도 한국적일 수 있다. '한국적'이라는 정의는 고정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란 나라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시골에서는 해외 여성과의 결혼이 빈번하다. 때문에 20년 후에는 베트남이나 태국 출신의 여성과 혼혈아들이 '한국인'의 일원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이때의 '한국적'이란 정의는 베트남이나 태국의 문화까지를 포함하게 된다.
즉 30년 전의 '한국적'인 것과 지금의 '한국적'인 것은 다르다. '한국적'이라고 칭할 수 있는 층위는 하나가 아니라 무수히 많다. 또한 일원적인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다.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가변적이다. 만약 전통적인 것만을 한국적이라고 정의한다면 어떻게 될까. 김치를 먹고 한복을 입고 순우리말만을 쓰고 초가집에서 사는 사람을 한국적이라 할 수 있을까? 현재 한국이란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 중 이런 사람은 0.1%도 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한국인은 김치보다는 빵을 더 좋아하고, 한복보다는 양복을 더 멋있게 생각하고, 순우리말보다는 영어를 더 열심히 배우고, 초가집이 아니라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한국적인 라이트 노벨이니 한국적인 판타지 소설이니하는 구분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한국 사람이 한국말로 쓴 라이트 노벨이라면 그것은 한국적인 라이트 노벨이다. 그것에 일본적인 소재가 들어갔든, 한국적인 소재가 들어갔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현대의 한국 소설들에는 '버스'니 텔레비젼'이니 하는 서구적인 소재가 무수히 들어가는데, 그렇다면 현대 한국의 소설들은 모두 '서구적인 소설'이란 말인가? 소재를 근거로 소설의 국적을 판단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소재가 중요하지 않다면, 정서가 중요할까? 그러나 '한국적인 정서'란 무엇인가. 한국인의 정서가 바로 '한국적인 정서'다. '한국인의 정서'란 '한국인'이 현재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을 뜻하는 것이지, 무슨 대단히 순수하고 전통적이고 다른 나라와는 차별되는 그 무엇이 아니다.
'한국적인 정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이 갖고 있는 정서라면 그것은 어떤 것인든 '한국적인 정서'이다. 일본에 미쳐서 라이트 노벨만 백날 보는 사람의 정서도 '한국적'이고, 미국에 미쳐서 미국 음악만 백날 듣는 사람의 정서도 '한국적'이다. 긍정적이고, 순결하고, 독특하고, 한국에만 있는 것만이 '한국적인 정서'는 아니다.
'한국적'이란 말을 현 상태를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라 '전통적인 그 무엇',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독특한 무언가'로 정의할 때 우리는 혼란으로 빠져든다. 만약 '한국적인 정서'를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면, 그 순간 우리는 그 '한국적인' 존재는 아니게 될 것이다.
그게 좋은가?
한국적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