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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을 읽는 것은 내게 부끄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판타스틱은 현재 시공사에 인수되어, 시공사의 돈으로 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는 전두환의 아들인 전재국이 세운 회사로, 전재국은 엄청난 출판 재벌로 알려져 있다. 전재국은 유학 당시 장르 소설을 많이 읽었고, 때문에 한국에 돌아와서 세운 시공사에서 sf 소설을 내는 등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전재국의 아버지인 전두환 각하께서 재산이 얼마 없으신 관계로 국가에 내야 할 돈도 다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들은 출판 재벌인 상황은 실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심히 슬프다.

 

물론 판타스틱은 한국 장르계에 꼭 필요한 잡지이다. 현재 돈 안되는 잡지를 낼 수 있는 출판사는 시공사나 민음사, 웅진 정도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전재국이 자신의 돈으로 출판사를 세웠는지, 아니면 전두환과 관련된 돈이 들어갔는지 물론 나는 모른다. 전재국 혼자서 자수성가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판타스틱이 전두환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다면, 내게 있어 판타스틱을 읽는 행위는 무척 부끄러운 일이다. 환상은 자유롭기 이전에, 현실에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과 유리된 그 어떤 환상도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판타스틱이 시공사에 인수된 이후 판타스틱에 실린 글은 한 자도 읽은 적이 없다. 앞으로도 절대로 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시공사에서 출판되는 모든 서적을 사지도, 읽지도 않겠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