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외롭다.
[몰타의 매] 리뷰나 써야겠다.
[몰타의 매]는 3대 하드보일드 작가로 지칭되는 대실 해밋의 대표작이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대실 해밋의 거의 유일한 작품일 정도로 [몰타의 매]는 재미 하나는 보장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단순하게 시작된다. 장소는 탐정 샘 스페이드의 사무실. 아름다운 여자가 주인공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있다. 묻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그녀의 머리색은 금색일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팜므파탈이란 사실도, 누아르 영화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샘 스페이드는 여자의 의뢰를 받아 동료를 자기 대신 사건에 뛰어들게 한다. 그런데 바로 다음 장에서 동료는 총에 맞아 죽고, 샘 스페이드가 동료의 아내와 불륜 관계에 있었음이 밝혀진다. [몰타의 매]는 철저하게 관찰자의 시점을 고수하기 때문에 독자는 샘 스페이드가 동료를 죽였는지, 아니면 제 3자가 죽였는지 결코 알 수가 없다. 이야기가 끝날 때가 되어서야 동료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진다. 독자들이나 사건의 등장인물들은 그저 논리에 따라 추리할 수 있을 뿐이다.
제한된 정보와 상황, 진실은 결코 알 수 없다는 무력감. 불안한 세상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사건의 진상을 향해서 탐정은 달려가지만, 결국 그가 찾는 것은, 애초에 그가 찾던 것이 아니다. 변질된 성배 탐색의 비유. 하드 보일드 추리 소설은 성배 탐색 전설에 비유될 수 있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탐정인 필립 말로우가 성결한 기사 갤러해드에 비유된다면, 대실 해밋의 불완전한 기사-범죄자 샘 스페이드는 란슬롯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최고의 기사로 추앙받지만 결국 주군을 파멸로 이끄는 장본인인 란슬롯 말이다.
그가 찾은 성배는 귀네비어 왕비였다. 샘 스페이드는 범인을 잡지만, 결국 그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샘 스페이드는 사랑을 잃었다. 샘 스페이드는 한때 자신이었던, 그 무언가를 영원히 잃어버렸다. 하드 보일드를 규정하는 구절인 탐색'seek and find'은, 도대체 무엇을 찾는다는 것인가.
진실인가? 범인인가? 아니면 정의인가? 우리가 한 명의 범죄자를 잡아서 그를 경찰서에 넘긴다고 하자. 그렇게 하면 과연 이 사회의 정의가 한 명의 범죄자가 줄어든 만큼 회복되는 것인가? 우리 모두의 고통이 조금은 경감되는 것인가? 도대체 진실을 밝혀서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 경찰? 아니면 선량한 시민?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못한다. 샘 스페이드가 아무리 동료의 죽음에 분개하여, 살인자를 찾아내고, 결국 복수를 완수한다고 해도, 그에게 돌아오는 명예란 쓸만한 탐정이란 업계의 칭찬 뿐이다.
샘 스페이드는 소설 말미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건을 해결하고도, 심각한 허탈감에 빠지고 만다. 왜냐하면 그가 결국 찾고자 했던 것 - 진실이 탐정을 파멸시켰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진실은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다. 그것이 설령 탐정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