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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씬기행] 인디에도 기획자가 있다 이번에 다뤄볼 주체는 공연을 만드는 기획자다. 이전의 인디씬이 공연장 주인의 주먹구구식 공연 기획으로 채워졌다면 서울씬의 기획자들은 재기발랄하고 의미도 함께 담는 공연을 주최했다. 이들은 떄로는 음반을 제작하기도 하고, 해외의 인디 밴드를 소개하기도 하며 다양한 기획 활동을 해왔다. 회기동 단편선, 박다함, 황경하 밴드 노 컨트롤의 멤버이자 기획자이기도 한 황경하가 기획한 공연 ‘홍대 아이유 결정전’은 이상한 컨셉의 공연이 많은 자립씬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다. 이 기획이 성사되게 된 것은 홍대 아이유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인 ‘곽푸른하늘’이 자립 계열 공연에 많이 출연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  사실 곽푸른하늘 양은 아이유는 그다지 닮지 않았다. 그럼에도 홍대 아이유란 별명이 붙은 것은 ..
[서울씬기행] 인디 공연장은 왜 찾기 어려울까? 로라이즈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 문래에 위치했던 공연장이다. 음악 공연을 중심으로 파티, 이벤트와 컨템포러리 아트 프로젝트들이 벌어졌다고 현재까지 남아있는 로라이즈의 블로그에 나와있다.  로라이즈Lowrise란 밑위가 짧아 허리선이 표준 허리선보다 아래로 엉덩이에 걸쳐 입는 바지라고 네이버 사전에 명시되어 있다. 본래는 패션용어인 셈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지만 생경한 단어를 공연장의 이름으로 쓴 로라이즈는 하드코어 펑크, 자립음악생산조합 계열 공연, 해외 인디 뮤지션 내한 공연 등이 열렸던 장소다.  로라이즈는 비슷한 시기에 생겨났던 바 꽃땅, 대공분실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전위적인 인디씬을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당시 관련된 공연을 자주 봤던 나는 이 세 공간을 필두로 홍대를 ..
손목은 긋지 마세요 여자를 많이 만난 건 아니지만 손목을 긋는 여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녀는 시도때도 없이 커터칼로 손목을 그었고 상처가 아물 새가 없이 새로운 상처가 났다. 나는 그녀가 더이상 자해를 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냥 헤어지는 게 더 나았을 거라고 지금은 생각한다. 그녀는 좀 뚱뚱했고 화를 자주 냈다. 화를 내고 뚱뚱하다고 해서 다 자해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해를 하는 것이 어느 정도는 그녀의 삶의 일부분이 된 것만은 확실하다. 그녀는 내게 전화를 걸어 커터칼을 드륵드륵하는 소리를 들려줬다. 그리고 잠시 침묵. 매번 만날 때마다 손목을 확인해보는데 칼자국이 늘어나 있곤 했다. 지금에 와서는 그녀를 사귀었던 것이 큰 실수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때는 아무런 자각이 없었다. 이 관계가 파탄에 빠지게 된 것이..
[서울씬기행]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한국의 인디 밴드 무키무키만만수는 유머 사이트를 통해 유명해진 드문 경우다. 그들이 부른 ‘안드로메다’라는 곡에서 ‘벌레벌레벌레’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부르는 모습이 워낙 강렬해서 벌레송을 부르는 밴드로도 알려져 있다. 유튜브 댓글에서는 중독성이 강하다는 말과 함께 2100년에서 온 밴드 같다는 말이 혼재되어 있다. 2012년 결성되고 1년 정도 짧은 활동기간을 가진 이 밴드는 해체된 지 10년이 가까워 옴에도 여전히 인터넷상에서 유머 동영상의 하나로 소비되고 있다. 구장구장이라고 불리는 장구를 개조한 악기를 연주하는 ‘무키’와 기타를 연주하며 소리를 지르는 ‘만수’는 2021년 현재에는 결혼을 해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한예종에서 음악을 전공한 만수 – 이민휘 씨는 ‘빌린 입’이라는 솔로 앨범을 ..
마더 나이트, 커트 보네거트 마더 나이트는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로 예전에 태초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바 있다. 태초의 밤 판본으로 읽어놓고서도, 최근 문학동네에서 나온 마더 나이트 판본으로 다시 읽었다. 태초의 밤을 읽었다는 사실을 잊었던 것이다. 커트 보네거트는 미국의 포스트 모더니스트이자 sf 작가이다...
일러스트레이티드 맨, 레이 브래드버리 레이 브래드버리는 다른 그랜드 마스터에 비해 국내에는 그다지 소개되지 않은 편이다. 아서 클라크나 아이작 아시모프는 한때 발에 채일 정도로 책이 많이 나왔다. 최근에는 역시 로저 젤라즈니가 유행이다. 김상훈씨는 내심 젤라즈니 전집을 내고 싶은 모양이다. 나도 물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
몰타의 매, 대실 해밋 아, 외롭다. [몰타의 매] 리뷰나 써야겠다. [몰타의 매]는 3대 하드보일드 작가로 지칭되는 대실 해밋의 대표작이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대실 해밋의 거의 유일한 작품일 정도로 [몰타의 매]는 재미 하나는 보장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단순하게 시작된다. 장소는 탐정 샘 스페이드의 사무실. ..
볼라뇨, 로베르토 볼라뇨 열린책들에서 666원짜리 책을 냈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도 행복한 책읽기에서였나 아니면 날개라는 이름을 가진 블로거의 글에서였나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튼 어디선가 열린책들에서 666원짜리 책을 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책은 로베르토 볼라뇨라는 낯선 이름을 가진 칠레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