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번 9월호의 제 2특집이랄 수 있는 [2009~2010 장르영화 라인업]은 난잡하기 이를 데 없다. 어째서 표를 사용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후에, 중요 영화만 소재 삼아서 글을 쓰지 않았는가. 이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기자가 영화 관련 소문에 빠삭하다는 사실 뿐이다. 그리고 영어 독해에 능수능란하다는 것도. 기사에서 소개한 영화 중 제작이 거의 완료되어서 개봉만 기다리는 것은 별로 없다. 어떤 영화는 그저 캐스팅만 완료된 상태이고, 어떤 영화는 그냥 프리 프로덕션에 들어갔다더라는 정도다. 설령 영화가 무사히 완성된다 하더라도 내년이나 내후년, 심지어는 2010년 이후에나 개봉될 영화를 소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심심타파?
그거 말고는 없다. 이런 기사가 인터넷에 떠도는 '가상 캐스팅' 놀이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또 한가지 궁금한 것은 기사의 출처다. 블로그인가. 해외 영화 잡지인가. 뉴스 그룹에 돌아다니는 소문은 아닌가. 얼마나 확실한 정보원에서 얻은 것인지 궁금하다. 독자로서는 이 기사의 신빙성을 전혀 검증할 수가 없다. 판타스틱에서 썼으니 무조건 믿어야 할까. 아무리 요즘 트렌드가 괴담 신봉이라 할지라도 이건 좀 심하다. 나의 편집증적인 성향에 비추어볼 때, 뭐가 맞고 틀린지도 알 수 없는 기사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기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문장도 너무 난삽하다. 다음과 같은 문장이 계속된다.
"미치도록 아름답고 풍성한 영화 <로열 테넌바움><다즐링 리미티드>의 웨스 앤더슨이 달의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The Fantastic Mr.Fox)>를, 아날로그적 감수성의 폭주를 보여준 <존 말코비치 되기>의 스파이크 존즈가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Where The Wild Things Are)>를 각각 스크린으로 옮겼다."
"먼저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더 로드>는 퓰리처 수상작이라는 메리트 외에도 과연 매카시의 건조하면서도 파워풀한 문체로 묘사된 근미래 묵시록의 비젼이 어떻게 영상으로 옮겨질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감독 존 힐콧은 <매드 맥스>같은 영화들의 강렬한 묵시록 클리셰가 아니라, 가능한 한 거칠고 리얼한 '지금'의 풍경을 묘사하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헉헉. 뭔 소리야! 눈 아파!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전달하려다 '작동 지연'이 발생한 경우다. 기자가 사용하고 있는 문장은 한국식이 아니다. 수사가 많고 심각한 복문이며, 외래어를 과다하게 썼다. '파워풀', '리얼' 같은 형용사까지 영어를 그대로 옮겨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 기사를 쓴 김용언 기자는 소설 [이창]을 번역하면서 다음과 같은 문장까지 구사한다.
"주위의 일상적인 이미지와 사운드는 나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미지'나 '사운드', '메리트', '비젼'이란 단어를 많이 쓰는 건 맞다. 하지만 그건 그냥 습관적으로 친구들하고 얘기할 때, 술자리에서나 쓰는 것이 좋다. 공식적인 매체에서 기사 작성시 써야 할 단어는 아니다. 왜냐하면 그건 외래어이고, 충분히 한국어로 대체할 수 있으며, 필자가 얼마나 올바른 한국어 사용에 무심한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대체 고유 명사나 형용사를 그대로 음독할 거라면, 뭐하러 번역을 하는가. 이렇게 쓰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주위의 일상적인 image와 sound는 나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이 편이 더 적확하다. 나는 지금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우리 말 우리 나라 사랑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읽었을 때 좀 더 자연스럽고 쉽게 이해되며, 미학적인 관점에서 유리한 표현이 무엇이냐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러한 언어는 한국 사람에게는 한국어다. 한국어 문장이란 단순히 한글로 써 있을 때 가능한 것이 아니다. 한국어만이 갖고 있는 강점을 살리는 문장이어야만 한다. 외래어는 자제하는 편이 좋다.
제 1특집인 [장르문학과 함께한 FBI 100년사]는 더 심하다. 나는 취재 기사이길래 대단한 거라도 있는 줄 알았다. 겨우 일반 공개 파티라. 그런 행사에 가면 당연히 FBI의 진면목을 알 수 없다. 기사의 집필 의도는 아마도 FBI의 신비스런 베일을 벗기자는 것일 게다. 늙어서 오늘 내일하는 요원들이 근속상이나 받는 자리에서 얼마나 가치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그건 그냥 대외용 선전의 자리다. 이 기사를 읽고 아, FBI는 평범한 기관이구나하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말로 FBI가 경찰 같은 기관이라면 100년이나 유지될 이유가 없다. 정부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영리한 자들에 의해 운영된다. (그럼에도 그 모양이다.) FBI 같은 기관에 있는 사람들은 영리한 자들 중 가장 교활한 자들이다.
취재 기사의 뒤를 잇는 [FBI가 직접 밝히는 10대 음모론]도 실망스럽다. 대체 출처가 어디인가. FBI에 공식적으로 취재 요청을 해서 얻어낸 답변 같지는 않다. 혹시 FBI 홈페이지의 FAQ 비슷한 걸 그대로 번역하지는 않았는지 의심이 든다. 정말로 FBI에게 X파일이 있다면 그들이 "우리는 X파일이 있소"라고 밝힐 리가 없다. 어떤 기관도 자신에게 치명적인 기밀을 자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처럼 정보 공개법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나라라면, 수십년 전 정보는 이미 공개되었을 것이다. 그쪽을 파고들어가서 허와 실을 비교하는 게 어땠을까. 50년 전만 해도 FBI는 이런 기관으로 의심받았는데, 실제로 당시 자료 중 공개된 것을 보니 사실은 이렇더라는 식으로 말이다. 'FBI는 정기적으로 모든 미국인을 감시한다', 'FBI는 정보 기관이 아니다' 같은 아나 모르나 차이도 없고,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음모론에 대해 쓰면서 지면을 채우지 말라는 얘기다. FBI가 정기적으로 모든 미국인을 감시고 있다면, 미국인의 5분의 1은 FBI의 하수인일 것이다. 정상적인 인지 체계를 가진 인간이라면 이런 종류의 생각을 할 이유가 없다.
뉴욕에 있는 추리 전문 서점 기사 - [추리 소설광들에게 바치는 경애]- 는 아주 흥미로웠다. 그런데 한겨례 문학상 수상자인 서진씨의 블로그를 방문해 본 적이 있는가? http://3nightsonly.com/ 한 번 가보길 권한다. (이 블로그는 단 3편의 글만 올라오고 새로운 글이 올라오면 교체된다. 여러분이 방문했을 때는 이미 내용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 판타스틱 기사만큼 알찬 뉴욕 서점 기사가 올라와 있다. 판타스틱의 경쟁 상대는 씨네 21이나 GQ가 아니다. 블로그다. 인터넷에는 작가가 쓴 뉴욕 서점 유람기도 올라와 있고, 시드 노벨 간담회에 참석한 열혈 독자의 감상문도 올라와 있고, 세계 유명 락 페스티벌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쓴 기행기도 올라와 있다. http://www.elephant-shoe.net/
과연 판타스틱의 기사는 경쟁력이 있는가.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와 비교해서 꿀리지 않을 만큼 잘 썼는가. 이번에 [TREND Play]에 실린 기사는 글쓴이가 펜타포트에 놀러 갔다 왔다는 사실 말고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어느 라이트 노벨 브랜드의 1년] 또한 그냥 "나 시드 노벨 간담회 갔다 왔다"고 쓴 블로그 글 같다. 대체 인터넷 대신 이 잡지를 사서 읽어야 할 이유가 뭔가. 인터넷을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면으로 편의를 제공해주는 박애 정신으로 넘치고 있는가, 판타스틱은?
하야카와의 [미스터리 매거진] 편집장과의 현지 인터뷰는 좋은 시도였다. 그러나 인터뷰어의 질문 중 몇가지는 적절하지 못했다."투고작을 받지 않고 기성작가에게 청탁한 소설만 싣는데, 편집부의 입장을 어느 정도까지 전달하십니까. 매수 외에 컨셉트나 내용에 대해 미리 언질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까."같은 질문은 동종 업계 종사자로서 충분히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독자들을 위해 지면에 수록하기에는 부적절하다. 너무 지엽적인 질문이다. 이걸 독자가 정말 알고 싶어할까? 인터뷰어가 궁금한 걸 물어보는 건 좋지만 기사에 실을 때는 고민을 하고 실어야 한다. "새로 주목할 만한 작가와 대표작을 다섯 명 다섯 편 정도 꼽아주세요. 이유도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같은 질문은 성의가 없다. 생각 없이 던지는 질문이라는 느낌이 든다. 나같은 애송이가 보기에도 우스운데, 치다 히로유키씨 같은 편집장이 보기에는 얼마나 한심했겠는가.
조민준씨와 오승욱씨가 쓴 [차가운 묘지에 누워 산 자들을 생각하리]와 [나의 사랑 나의 원수여, 우리 죽어 지옥에서 만나자]는 좋았다. 조민준씨는 영웅본색 류의 홍콩 느와르를, 오승욱씨는 여자 협객을 주인공으로 한 B급 영화를 다뤘다. 소재도 좋고 글 솜씨도 그럴 듯했고 적당히 서정적인 분위기도 괜찮았다. 앞에서 본 판타스틱 기자들의 기사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기사가 아주 좋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판타스틱 기자들이 너무 기사를 못 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아보인다는 뜻일 뿐이다. 조민준씨와 오승욱씨의 기사 수준은 씨네 21이나 GQ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도다. 이들의 기사 작성 방식은 정보 전달보다는 감성을 중시한다. 글에 여백이 많고 느릿느릿하다. 그에 반해 판타스틱 기자들은 '알차다'는 것을 '많다'와 착각하는 것 같다. 무조건 정보만 많이 넣으면 좋은 기사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조민준씨나 오승욱씨의 기사를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총평
판타스틱 기자들의 패배다. 뒷 부분을 수놓고 있는 외부 필자들의 연륜과 필력을 따라가지를 못하고 있다. 노정태씨의 ['강남 불패'와 교육감 선거]에서 장르 소설과 현실을 대비하는 모습은 일반 독자에게도, 오랜 장르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시도였다. 단순히 보도 자료 나열만 하고 있는, 일기 쓰기에만 주력하고 있는 판타스틱 기자들의 모습과는 대비되었다. 문제는 균형이다. 일기를 쓰려면 사건을 집어 넣고, 보도 자료를 나열하고 싶으면 가독성을 높여야 한다. 성적을 매긴다면 9월호 판타스틱 기사는 B-.
소설
이번 배명훈씨의 작품은 약간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아이디어라거나 발상을 전개하는 방식은 흥미로웠고, 자기 복제를 하는 모습도 피식 웃음이 나올 만했다. 그러나 글의 호흡이 너무 길어서 읽기가 힘들었다. 배명훈씨 작품 뒤에 실린 문영씨의 작품처럼 숫자를 붙여 소챕터를 나누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작가가 이렇게 끊김없이 이야기를 전개한 것에는 나름대로 심오한 이유가 있겠지만, 대중 소설에서 가독성을 저해하는 요소는 그것이 무엇이든 심각한 단점이다. 배명훈씨의 문장은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문장을 읽는 재미로 독자를 휘어잡으려는 노력이 안 보인다. 때문에 지금 독자가 놀라야 하는지, 긴장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작가는 이 점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그에 반해 문영씨의 작품은 이른바 '미문 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고룡을 흉내낸 좌백의 문체를 따라한 것으로 보이는데, 문영씨는 문장의 기본을 모른다. 의욕이 실력을 앞선다. 다음과 같은 문장을 보라. 작가는 이런 식의 문장을 작품 내내 쓰고 있다.
"그는 술을 마시지 않을 때는 매우 근엄하고 단정했다. 누구나 그를 보면 학식이 뛰어난 선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의관은 삐뚤어진 적이 없고, 그의 고름은 풀린 적이 없었다. 그가 입을 열면 고담준론이 쏟아졌고, 사람들은 그의 높은 학문에 고개를 조아렸다."
이 문장의 문제점은 '그'가 남발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작가가 묘사하는 대상이 '그'라는 사실을 첫 문장에서 이미 눈치챈다. 한국 문장은 영어와 달리 주어를 생략해도 뜻이 통하고, 또한 생략해야 자연스러울 때가 많다. 인접한 문장에서 반복되는 단어가 나타나는 일을 피하는 것은 한국어 만이 아니라 모든 언어에서 글을 쓸 때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것을 몰랐다. 내가 고친 다음의 문장을 보라.
"그는 술을 마시지 않을 때는 매우 근엄하고 단정했다. 누가 봐도 학식이 뛰어난 선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의관은 삐뚤어진 적이 없고, 고름은 풀린 적이 없었다. 입을 열면 고담준론이 쏟아졌다. 사람들은 높은 학문에 고개를 조아렸다."
어떤 문장이 나은가. 독자의 선택에 맡기겠다. 내가 보기에는 고친 것이 훨씬 낫다. 만약 의심스럽다면, 김훈이나 이문열, 이외수의 글을 보길 바란다. 그들이 '나', '그' 같은 대명사를 어떤 방식으로 구사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라. 1인칭의 글을 쓰더라도 결코 '나'를 남발하지 않는다. '나'는 한 번만 등장해도 충분하다. 독자는 이 글이 1인칭인지 3인칭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를 묘사하고 있는지 나를 묘사하고 있는지 맥락을 통해 알 수 있다. 아니, 반드시 맥락을 통해 알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필자의 글은 왜 '나'를 남발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것은 아직 문장이 미숙해서이기도 하고, 자의식의 과다 발현이기도 하다.)
아이디어의 측면에서 보자면 배명훈씨의 글이 문영씨의 글보다 한 수 위다. 하지만 배명훈씨 또한 신문기사를 보고 글을 쓴 것 같다. 그의 아이디어는 얕고 지엽적이다. 'RFID'는 현실감이 넘치는 소재이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맛이 떨어진다. "필독! 미래의 아이템 20!" 정도의 신문 기사보다는 더 나은 곳에서 소재를 찾길 바란다. 문영씨의 경우에는 역사 다시 쓰기를 시도했는데, 이는 그의 전공과도 일치하고, 꽤 흥미로운 시도였다. 하지만 억지스럽다는 단점이 있다. 작가는 작위성을 감성적인 분위기로 타파하려 했는데 아주 효과적으로 성공한 것 같지는 않다. 퍼센티지로 따지면 70% 정도?
번역 소설 중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역시 젤라즈니였다. [그림자 잭]은 왜 이렇게 적게 실렸는가! 한 100페이지는 실어야 하지 않겠는가! [스트리퍼 요정 살해 사건]은 혼란스럽기만 했고, [이창]은 진부하면서도 정신이 사나웠다. [실비와 브루노]가 그나마 읽을 만했다. 루이스 캐롤의 진면목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의 허황한 수다에 귀를 기울여보라. [이창]과 [스트리퍼 요정 살해 사건]은 전문 번역자가 아니라 기자가 번역했다. 그래서일까. 약간 읽기 힘들었다. [이창]의 경우 시각적인 묘사가 빈번하게 나오는데 김용언씨의 문장으로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함들었다. 이 부분에서는, 나도 말하면서 자신이 없다.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내 감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들이었다. [스트리퍼 요정 살해 사건]의 경우에는 거의 대사만으로 소설이 전개되는데, 그것이 오히려 이해력을 떨어뜨렸다. 등장인물 이름이 비슷해서 누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에도 바빴다. (특히 클로드, 클로딘) 딱히 트릭이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기자의 [남부 뱀파이어 시리즈]에 대한 개인적 애정만 넘쳐서 선정된 작품 같다. 개인적으로는 재미가 없었다. 뱀파이어가 인간과 같이 산다는 건 이미 [버피 시리즈]를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설정이다. 이게 먼저라고? 그래서 뭐? 진부한데 어쩌라고. [나는 전설이다]도 진부하다는 얘기를 들어야만 했다.
중간 중간 아예 지면을 다 잡아먹는 삽화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그림자 잭]에 들어간 삽화 중 해골이 뒤에 열을 지어 배치된 삽화는 너무 불성실했다. 그냥 복사해서 붙인 티가 다 났다. 그것만이 아니라 삽화가 전체적으로 질이 낮다. 문외한의 눈으로 봐도 대충 그린 것 같다. 일부러 대충 그린 것처럼 그렸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대충 그린 것 맞지 않은가. 젤라즈니의 소설에는 더 무게가 있으면서도 활력이 넘치는 그림이 필요하다. [이창]의 삽화는 정적 공간에서 펼쳐지는 소설 내용과 어울렸지만, [그림자 잭]의 삽화는 젤라즈니의 광대한 묘사에 적합하지 않았다. 아예 삽화를 빼는 게 낫겠다. 원가 부담을 덜 수 있다.
총평
창작 소설 비율이 너무 적다. 수준도 기대 이하다. 현재 판타스틱에서는 창작 소설 투고를 우편으로만 받고 있다. 판타스틱에서 [크로스로드]처럼 100만원 이상의 고료를 준다면 메일로 투고를 받아도 얼마든지 좋은 작품을 실을 수 있다. 문턱을 낮추길 바란다. 눈을 크게 뜬다면 더 좋은 작품을 실을 수 있다. 국내 소설과 해외 소설 뭉뚱그려서 B+
기타 주목해야 할
권교정씨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는 역시 좋았다. 김수박씨의 [존재하지 않는]도 상당한 수준의 만화였으나 안타깝게도 장르 만화는 아니었다. 대충 애매모호하다고 장르에 편입해서 우기는 일도 이젠 지겹다. 이건 장르가 아니다. 리뷰란의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 [강호패도기]가 일독할 만한다. 전자는 기사는 별 거 없는데 작품이 좋고, 후자는 그 반대다.
기타 무시해야 할
[독자 편지]는 항상 쓸데 없는 얘기만 모아서 싣는 느낌이다. 저번 호에는 판타스틱이 너무 싸니까 값을 올리라는 내용이 올라와 있었다. 이 정도라면 자위도 수준급이다. 지난 호에서는 [독자 편지]란이 제일 재미있었다. 이번에는 그런 재미가 없어서 아쉬웠다. [업계 소식]은 항상 즐겁게 페이지를 넘겨버리고 있다. 마치 당신이 이 기사를 클릭하자마자 스크롤을 내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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