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의 아이들]은 가드너 도조와가 편집한 SF 선집이다. 과학과 미신의 대결이라는 컨셉으로 작품들을 모았다. 원제는 Galileo's Children: Tales of Science VS. Superstition. 제목부터가 말하고 있지 않은가 과학과 미신의 대결 이야기라고. 제목에 들어간 '갈릴레오'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이야기를 해서 종교 법정에 섰다. 종교 법정은 과학을 거부할 것을 강요하고, 갈릴레오는 받아들인다. 그러나 조용하게 읊조린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이 이야기는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갈릴레오라는 캐릭터가 미신에 맞서는 과학의 선봉장 정도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것은 진실이다. 때문에 갈릴레오의 '아이들'이라는 건 불굴의 과학 정신이랄까하는 걸 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갈릴레오의 아이들'이 과학의 손만 들어주는 편파적인 심판은 아니다. 과학이나 미신이나 어떤 것이든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으면 악惡이다. 과학이라고 해서 미신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지는 않다.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조지 R.R. 마틴의 [십자가와 용의 길]이다. 이 작품에는 종교가 일종의 환상을 파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사이비 교주가 나온다. 그는 예수를 판 유다가 사실은 성인이었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서 교세를 확장한다. 종교 재판관인 주인공이 그를 심문하자, 사이비 교주는 자신이 거짓말쟁이란 걸 고백하면서도, 그게 뭐 어떠냐, 거짓말이라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면 그만 아니냐는 주장을 편다. 즉, 미신이란 것이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위안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작품은 종교의 사회적 기능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과학이 인간을 위안할 수 없는 한계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마이클 레스닉의 '늙은 신들의 죽음'에서는 과학의 물리적인 장점에 관해 설파한다. 키리냐가 연작 중 하나인 이 작품에선 외계 해성에 신석기 수준의 유토피아를 건설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초기 정착민들과 함께 과학 기술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전통적인 부족사회를 건설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과학의 장점에 기울고 만다. 부족 마술사의 주술로는 병을 고칠 수 없지만, 의사의 항생제는 바로 병을 치료한다. 미신은 정서적 안정감이나 정체성 같은 걸 제공해줄지는 모르지만, 결국 사람을 죽게 방치하는 결과를 낫기도 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여호와의 증인 교도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의 신앙은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고, 또한 정서적으로 안정이야 주겠지만서도, 결국 '인간'이라는 생명체를 죽이게 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번엔 과학의 승이다.
이런 식으로 싸움이 지속된다. 그것이 인간의 삶이고, 인류의 역사이고, 이 작품의 흐름이다. 이 작품에도 유명한 작가들이 많이 참여했다. 어슐러 르귄이나 그렉 이건, 조지 R.R. 마틴, 아서 클라크 같은 인물들 말이다. 그러나 그렉 이건의 '예언자'의 경우에는 발상은 좋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과학 이론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뭔소린지도 모르는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지루한 편이다. 이 작품집에서 가장 흥미로운 작품은 역시 제임스 앨런 가드너의 '인간의 혈류 속에 뱀이 존재하는가에 관한 세 번의 청문회' 현실 세계의 과학적 역사를 미묘하게 꼬아놨는데, 미신의 정치적인 의미까지 탐구하는 대단한 수작이다.
제목부터가 끌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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