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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오늘 읽은 비소설

성난 서울, 아마미야 카린, 우석훈, 나는 영웅을 기다리지 않는다.

 

[성난 서울]의 원저자인 아마미야 카린은 극우파 펑크록 밴드의 보컬이었다. 프리터로 근근히 생활하던 그녀는 [새로운 신 - 포스트 이데올로기]라는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좌파로 전향했다. 아마미야 카린은 르포 작가로 전향하여 많은 문제작을 출판했으며, 프리터 노조 결성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에 관여하고 있다. 우석훈은 그녀를 일본의 비정규직 20대들의 영웅이라고 말한다.

 

[성난 서울]은 촛불 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여름 막바지에 서울을 방문한 야마미야 카린의 여행기이다. 그녀는 서울에서 독자적인 문화 영역을 창조하고 있는 예술가, 학자, 병역 거부자, 20대 사회 운동가들을 만나고, 대담하고, 술마신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이 책에서 아마미야 카린과 우석훈은 일본과 한국의 20대가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일본에서는 '격차 사회'라는 이름 아래 날품팔이 인생을 살고 있는 프리터와 파견 사원이 양산되고 있다. 그들은 가정을 이룰 능력도,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여유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한국에서도 전세계적 금융위기라는 이름 아래 20대의 80%가 비정규직 혹은 무직으로 일생을 살아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전망을 한국에서 처음 공론화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88만원 세대]의 공저자인 우석훈이다.


우석훈은 이 책에서 20대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하고 있다. 20대는 연대하지 않으며, 서로를 증오하고 있다. 20대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서 사회적 운동을 나서기보다는 체제에 순응한다. 한국의 한심한 20대에 비해 일본의 20대는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는 것이 우석훈씨의 주장이다.


이러한 세대론은 천박한 것이다.


우석훈은 당사자 운동이란 개념을 들고 나오면서, 20대의 일은 20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20대의 운동은 20대가 끝나면 더이상 할 수 없는 것이고, 30대나 40대는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20대의 운동은 30대로 이어지는 것이고, 결국 한국에 사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그가 20대의 영웅이라고 말하는 아마미야 카린만 하더라도 75년생으로 이미 30대 중반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녀가 하는 운동은 20대를 위한 것이 아니게 되는 것인가.


우석훈이 또다른 영웅이라고 가리키고 있는 마츠모토 하지메, 유아사 마코토 역시 20대는 아니다. 마츠모토 하지메는 '아마추어의 반란'이라는 '아름다운 가게' 비슷한 재활용 가게를 운영하면서 축제 같은 데모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저서 [가난뱅이의 역습]과 그를 다룬 [아마추어의 반란]이란 영화가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다. 유아사 마코토는 동경대 법학 박사과정을 밟다가 빈곤 문제 사회 운동가가 된 인물이다. 그는 최근 일본 국가정책실의 정책 참모로 기용되어 화제를 낳았다.


이 세 명은 모두 젊은 시절에 사회 운동에 관심을 가지며 뛰어들었지만, 이제 20대는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새로운 20대가 나서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하고 싶은 사람이 하면 되는 것이고, 의식이 있는 사람이 하면 되는 것이다. 우석훈씨는 자신의 역할은 "자식들아, 그렇게 찌질하게 하지 좀 말고"라고 떠드는 정도에 그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것은 도망치는 것에 불과하다. 20대 문제의 당사자는 20대만이 아니다. 20대 동생을 두고 있는 30대도 20대 문제의 당사자다. 20대 아들을 두고 있는 50대도 20대 문제의 당사자다. 20대 문제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의 문제이다.


때문에 20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사자 운동은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세대가 해야 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석훈씨도 당사자다. 당사자 운동을 해야 한다고? 우석훈씨가 해야 한다. 20대의 영웅을 원한다면 기다리지 말고 우석훈씨가 되면 된다.


우석훈씨는 한국의 20대가 20대 영웅을 새로 만들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허지웅이라든가 김현진 같은 에세이스트를 예비 영웅으로 점지해놓은 모양이다. 최근 김현진씨 같은 경우에는 책 출간과 함게 인터넷 세상에서 거의 사회적 매장을 당했다. 허지웅씨의 블로그에는 빠들의 선플도 많지만, 까들의 악플도 많다.


한국에서는 20대가 20대의 롤 모델인 경우는 아이돌 밖에 없다. 그외에는 이외수나 허경영처럼 5-60대에서 영웅을 찾는다. 허지웅이나 김현진은 아이돌만큼 멋질 수 없고, 이외수나 허경영보다 웃길 수 없다.


나는 20대의 영웅을 기다리지 않는다. 차라리 내가 영웅이 될 것이다. 나만이 영웅이 아니라, 너도 영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저 사람도 영웅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영웅이 될 것이다. 그게 진짜 당사자 운동이다.


영웅을 기다리지 않는다. 영웅을 만들지도 않는다. 차라리 영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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