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고등학생들이 단체 관람온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검엑스 팬들이었다. 팬층이 대개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애들이었다. 스컹크헬에 그렇게 어려 보이는 남자애들만 득시글거리는 건 또 처음봤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다이빙을 해대는데 정말 미친 것 같았다. 어찌나 다이빙을 많이 하는지, 또 어찌나 받아주지를 않는지 그대로 허리부터 내리꽂히는데도 끊임없이 다이빙을 하고 있었다. 검엑스 드럼이 여러번이나 "받아줘 받아줘"하는데 이런 격한 공연은 아마도 동영상으로만 봤는지, 제대로 놀 줄을 몰랐다. 슬램의 경우에도 그냥 뛰는 게 전부이고 미는 게 다이기 때문에 재미도 없고 힘만 들었다.
검엑스가 끝나자 이 아이들도 모두 빠져나갔다.
럭스 때는 약간 여유가 있었는데, 그 젊은 애들 어디 갔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그래봤자 소용은 없고, 이미 오래된 사람들만 그곳에 있었다. 아, 왜 이렇게 시간은 냉혹한지. 내가 럭스를 맨 처음 본 것이 2004년 즈음이다. 그때만 해도 아직 펑크 유행이 있어서 스컹크헬에 가면 머리를 삐죽삐죽 세운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밴드조차도 머리를 세우는 사람은 없다. 하긴 일본 펑크 밴드들도 내한 공연 올 때 보면 머리 세운 애들이 없더라. 다들 늙어서, 이제 펑크 유행도 한 물 가서 스컹크헬에는 남고생들의 건전한 놀이문화만 있고, 술에 취해 미쳐돌아가던 그 분위기는 이제 없었다.
검엑스.럭스 공연은 전부 다 팬만 와서, 떼창이 죽여줬는데, 검엑스 때도 그랬지만 역시 떼창이라고 하면 럭스이고, 목이 터져라 외치다 보면, 아, 여기 있는 이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공연을 보고, 나와 같은 밴드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흐뭇해지곤 했다.
그러나 이제 스컹크헬은 몇 주만 있으면 폐쇄된다. 펑크의 시대는, 한국에서도 종말을 고한 것이다. 검엑스 팬들은 1시간 가까이 다이빙만 해도 생기가 넘치더구만, 럭스 팬들은 에고에고 30분도 안되어서 지치고, 럭스 베이스는 나하고 동갑인데 술을 먹어선지 어째선지 대여섯곡 하더니만 헥헥 대면서 끝곡을 찾고, 술 좀 달라고 하고, 땀으로 범벅이 되어서 난리도 아니었다.
오래된 팬들의 슬램은 역시 재밌었고, 부드러웠고, 미친듯한 다이빙 또한 역시 오래된 팬들의 것이 더 나았고, 아, 이제 모든 유행이 다 지나가서, 정신이 확 깰 만큼 황당한 복장으로 스컹크헬을 드나드는 여자애들도 없고, 술에 취해 주정부리는 외국인도 없고, 머리 세운 펑크족도, 징 박은 가죽 점퍼를 입은 남자애도 없고, 담배 피우는 사람도 없고, 스컹크헬도 이제 사라지고,
나의 청춘도 이렇게
사라지고 있다.
내게도 추억의 장소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아듀, 스컹크 헬. 펑크 보이, 펑크 걸, 펑크 락커.
검엑스가 끝나자 이 아이들도 모두 빠져나갔다.
럭스 때는 약간 여유가 있었는데, 그 젊은 애들 어디 갔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그래봤자 소용은 없고, 이미 오래된 사람들만 그곳에 있었다. 아, 왜 이렇게 시간은 냉혹한지. 내가 럭스를 맨 처음 본 것이 2004년 즈음이다. 그때만 해도 아직 펑크 유행이 있어서 스컹크헬에 가면 머리를 삐죽삐죽 세운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밴드조차도 머리를 세우는 사람은 없다. 하긴 일본 펑크 밴드들도 내한 공연 올 때 보면 머리 세운 애들이 없더라. 다들 늙어서, 이제 펑크 유행도 한 물 가서 스컹크헬에는 남고생들의 건전한 놀이문화만 있고, 술에 취해 미쳐돌아가던 그 분위기는 이제 없었다.
검엑스.럭스 공연은 전부 다 팬만 와서, 떼창이 죽여줬는데, 검엑스 때도 그랬지만 역시 떼창이라고 하면 럭스이고, 목이 터져라 외치다 보면, 아, 여기 있는 이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공연을 보고, 나와 같은 밴드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흐뭇해지곤 했다.
그러나 이제 스컹크헬은 몇 주만 있으면 폐쇄된다. 펑크의 시대는, 한국에서도 종말을 고한 것이다. 검엑스 팬들은 1시간 가까이 다이빙만 해도 생기가 넘치더구만, 럭스 팬들은 에고에고 30분도 안되어서 지치고, 럭스 베이스는 나하고 동갑인데 술을 먹어선지 어째선지 대여섯곡 하더니만 헥헥 대면서 끝곡을 찾고, 술 좀 달라고 하고, 땀으로 범벅이 되어서 난리도 아니었다.
오래된 팬들의 슬램은 역시 재밌었고, 부드러웠고, 미친듯한 다이빙 또한 역시 오래된 팬들의 것이 더 나았고, 아, 이제 모든 유행이 다 지나가서, 정신이 확 깰 만큼 황당한 복장으로 스컹크헬을 드나드는 여자애들도 없고, 술에 취해 주정부리는 외국인도 없고, 머리 세운 펑크족도, 징 박은 가죽 점퍼를 입은 남자애도 없고, 담배 피우는 사람도 없고, 스컹크헬도 이제 사라지고,
나의 청춘도 이렇게
사라지고 있다.
내게도 추억의 장소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아듀, 스컹크 헬. 펑크 보이, 펑크 걸, 펑크 락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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